글. 양주영 거시·금융정책바카라 1 출 디시부 바카라 1 출 디시위원
누가 나에게 최애 가수가 누군지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 없이 에픽하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실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알게 된 이 아티스트를, 대학생을 거쳐 지금까지 애정하고 있다. 2008년에 발매된 정규 5집
내가 에픽하이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아티스트의 성숙 과정이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2017년에 발매된 정규 9집
에픽하이와 내가 성숙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경제도 상당히 성숙해졌다. 국제원조에 의존하며 1998년도 외환위기 때 파산 직전까지 갔던 나라가 2020년 GDP 기준 세계 10위, 2023년도 기준 1인당 GDP는 인구 5천만 명 이상 나라 중 6위에 드는 등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지 오래다. 솔로우 경제발전 이론(Solow Growth Model)에 따르면 저소득 국가는 자본을 축적하며 고도성장하고 자본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 고소득 국가가 되면 서서히 느린 성장을 한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을 따라잡고(Catch-up) 둘 간 격차가 수렴되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성숙단계에 들어서면서 그 성장세가 장기적으로 둔화하는 것은 에픽하이가 더 이상 풋풋한 신예 아티스트가 아닌 것처럼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글로벌 수출산업 경쟁이 과열되고 무역분절화로 향후 수출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을 포함한 후배 래퍼들이 신기술을 주도하고 무역활로를 장악하니 더 이상 수출주도성장이 유효하기 어려운 것이다. 저성장이 당연한 시대가 된 것이다.
사실 2~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성장률은 높으나 대외적으로는 영락없는 개발도상국이었다. 1998년도 외환위기는 개발도상국 원죄(Original sin)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자본이 없었던 1980~1990년대 우리나라는 외국으로부터 차입한 돈을 바탕으로 투자와 생산, 수출을 하며 성장하였다. 하지만 아무도 원화라는 개발도상국의 화폐로 빌려주지 않았고 달러로 빌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문제는 환율은 항상 변동하기 때문에 상환일쯤 달러가 크게 비싸지게 되면 빌린 돈은 그대로지만 상환액의 실질가치가 크게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1996년도 연말 기준으로 850원이 채 되지 않던 원·달러 환율은 다음 해 연말 1,400원을 넘겼다. 실제 부채가 약 1.7배 불어나게 된 것이다. 자국 화폐 평가절하와 함께 동반되는 디폴트 위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개발도상국과 멕시코 등의 남미 국가에서 흔하게 나타났었다. 다만, 아직도 달러 채무의 늪에 빠져 신흥국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 경제는 크게 개선되었다. 2000년 기준 약 24조 원 규모였던 외국 공공부문 대출(foreign official loan)을 다 청산하고 2024년 기준 1조 달러가 넘는 순대외자산 보유 국가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대외적 신인도도 크게 향상되어 외국인 국채 보유 비중이 약 20%에 이르는 등 원화로 국외자금을 조달받는 데 어려움이 없게 되었다. 20대 청년 에픽하이가 “Hustle and Bustle”을 외치며 힙합씬에 자리 잡은 것과 같이 우리나라도 국가부도의 위기를 극복하며 성숙단계로 자리 잡은 것이다.
내가 에픽하이를 좋아하는 마지막 이유는 여전히 무한반복을 하고 싶게 만드는 앨범을 내기 때문이다. 최근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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